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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영화•드라마 2022. 11. 21. 10:34
영화 -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 엉망진창의 반전영화 도입부에서는 조금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 영화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엉망진창'이다. 하지만 이 엉망진창의 의미는 부정적인 느낌이 아니다. '엉망진창'의 힘은 대단했다. 모든 내용이 묘하게 잘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엉망진창'인 이야기가 납득이 된다는 것이다.
+ 우울한 현대인
현대인들은 생각보다 많이 우울하다. 자신이 꽤 많은 능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항상 부족함을 느낀다. 초연결 시대인만큼, 소셜 미디어를 통한 비교 의식이 어느새 우리의 무의식을 잠식해 버렸다. 이 영화는 경쟁 사회 속에서 한없이 작아짐을 느끼는 현대인들에게 손짓하는 영화다. 넓게 보면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잠깐만 내 얘기 좀 들어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작게 보면 가정에서 흔히 일어나는 부모와 자식의 갈등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그리고 더 작게는 사회적으로 동성애를 이해받지 못하는 문화를 이야기한다. 이해받지 못하면 소외된 감정이 든다. 소외된 감정이 지속되면 우울한 감정을 불러온다. 우울한 감정이 무서운 이유는 현재 누릴 수 있는 일상의 행복을 보지 못하게 만든다.
+ 희망의 씨앗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면 하나는, 아버지가 'Be Kind'를 외칠 때다. 이해받지 못하는 감정 또는 무시당하는 느낌의 감정이 계속 반복되면 분노가 된다. 계속 억눌려 있던 분노는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갑자기 폭발하는 상황으로 치닫게 만든다. 분노가 폭발하는 순간 좋은 결말은 없다. 하지만 '친절과 포용'은 희망이 있다.
모두에게 더 이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희망!
하지만 분노가 치미는 순간 그 감정을 잠시 유보하고 '친절과 포용'으로 대처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그래서 평소에 연습이 필요하다. 감정을 빼고, '결과적으로 원하는 것만 담백하게 말하는 연습'말이다.
+ 품격의 가치
원하는 것만 간결하게 말하는 인물로 바로 떠오른 사람이 하나 있다. 다른 영화 속 인물 "돈 셜리(Don Shirley)"다. 영화 '그린북'(Green Book) 주인공인 돈 셜리 박사는 온갖 수모를 겪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예의를 지킨다. 아무리 화가 나고 납득이 안 되는 상황에서도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은 절대 하지 않는다. 꼭 필요한 행동만 할 뿐이다. 그런 행동이 누적되면 평판이 좋아진다. 평판은 곧 신뢰와 직결된다. 신뢰는 금전과 비교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
+ 우리를 이어주는 무언가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던 점은 무선 이어폰이 너무 크고, 멀티버스 매개체로서 매력이 없었다는 것이다. 만약 매개체가 조금 더 의미 있고 상징적인 무언가였다면 어땠을까? 영화 후반부에서는 매개체가 없어도 멀티버스를 통과하는 데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는 우리 삶과 닮아 있다. 물리적으로 사라진다고 해서 그 존재가 완전히 잊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그것을 기억하는 한, 우리는 언제든지 그것을 떠올릴 수 있다. 매개체 역시 처음에는 필수적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그 자체를 넘어서는 의미로 확장되었다. 이런 상징성을 영화에서 조금 더 섬세하게 표현했다면 어땠을까 싶다.
+ 변화의 의미
영화에서 엄마와 아빠는 계속 같은 옷을 입고 있다. 대혼란 속에서도 절대 흔들리지 않고 안정감을 유지하는 연출처럼 느껴졌다. 반면에 딸의 모습은 계속 바뀐다. 딸의 모습이 정신없이 바뀌는 연출은 그만큼 혼란스러움을 강조하는 느낌이었다. 계단을 구르는 장면에서 딸의 모습이 계속 바뀌는 장면 역시 꽤 인상적이었다.
+ 잃어버린 존중
이 영화에서 딸은 이미 모든 것을 느껴보았기 때문에 남은 인생에 대해 더 이상의 희망도 기대도 없는 것처럼 묘사되었다. 그래서 모두를 이끌고 끝을 향해가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에서 만큼은 마블 영화의 '타노스'가 상대적으로 꽤 착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타노스'는 아주 신사였다!
인생이 부질없음을 느껴서 더 이상 현생에 머물고 싶지 않다면, 그것은 본인의 선택일 뿐이다. 하지만 타인들까지 모두 강제로 끌고 가는 것은 그야말로 아주 이기적이고 극단적인 선택이다. 누구나 본능적으로 생존의 위협을 느껴 이기적인 선택을 할 수 있지만, 그런 이기심과는 결이 완전히 다른 문제다. 현생에서 누릴 수 있는 가치를 알고 감사한 마음으로 인생을 사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 존재의식
이 영화를 보기 바로 전날, '림태주' 저서 '관계의 물리학'이라는 책을 앉은 자리에서 한 번에 완독했다. 이 영화와 그 책이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지만 일맥상통하는 맥락 한 가지는 분명 있다. 바로 인간은 관계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고 느낀다는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영화를 보기 전에 그 책을 보지 않았더라면, 지금 쓰고 있는 이 후기는 완전히 달랐을 것이다. 영화는 '양자 물리학'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이야기. 책 이름은 우연히도 '관계의 물리학'. 이런 우연의 일치가 그냥 괜히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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