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리언 로물루스
'에이리언 로물루스'를 보면서, 최근 내가 고민하고 있던 '정리'라는 주제와 깊이 연결되는 장면이 있었다. 인간은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까지 복잡한 감정을 거쳐야 하므로 결정을 내리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합성 인조인간에게 그 역할을 맡기는 장면이 강렬하게 다가왔다.
이 장면이 나에게 크게 와닿았던 이유는, 최근 내 일상에서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정리'에 대한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책상 위에 널브러져 있는 물건들, 책장에 가지런히 꽂혀 있지 않은 책들, 그리고 자주 보면서 기억하고 싶은 것들을 전시하듯 올려놓은 물건들. 이런 환경이 내 머릿속을 어지럽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 안의 물건을 보면 그 사람의 상태를 알 수 있다는 말처럼, 내 머릿속도 항상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인지 하는 일이 뜻대로 잘 풀리지 않는 느낌마저 들었다.
이런 이유로 필요한 것만 남기고, 불필요한 것들을 내보내는 작업을 통해 내 무의식도 같이 정리하고 싶었다. 가장 우선적으로 집중해야 할 일들만 남기고, 불필요하게 에너지 소모하는 것들을 내 일상에서 제거하려고 노력했다. 오랫동안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이 작업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루아침에 정리되는 일도 아니고, 여전히 매일 조금씩 '버리는 연습'을 하고 있다.
그러던 중 이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꼭 버려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 아주 강력한 메시지를 내 무의식 깊숙이 찔러 넣어주는 것 같았다. 영화에서 합성 인조인간이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이유는 명확했다. 감염된 자는 더 이상 함께할 수 없으며, 그렇지 않으면 모두가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슬프지만, 포기해야만 한다. 결국에는 어떻게든 포기하지 않고 함께 가려다 단 한 명만 살아남는 상황에까지 이른다.
이처럼 영화 속에서 버려야 하는 이유는 너무나도 명확하다. 모두가 살아남기 위해서다. 물론 일상생활에서 이처럼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아갈 필요는 없다. 하지만 버리지 못하는 이유가 그동안 누적된 애착 때문이라면, 그것이 앞으로 나아가는 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맑고 깨끗한 물을 유지하려면 물은 계속 흘러가야만 한다. 계속 흘러가면서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변화를 끊임없이 받아들여야 한다.
이 영화가 나에게 던진 강력한 메시지를 마음에 새기며, 계속해서 '버리는 연습'을 해나가려고 한다. 나의 일상 속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과감히 버리고, 중요한 것에만 집중함으로써 더 나은 삶을 살아가고 싶다.